전세 재계약 인상, 5% 상한이 적용되는 경우부터 확인하세요

5% 상한은 모든 재계약에 자동으로 붙는 규칙이 아닙니다.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때와 합의로 새 계약을 쓸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인상 요구를 받았을 때 판단 순서를 정리했습니다.

재계약 인상 요구를 받으면 먼저 갈라야 할 게 있어요

만기를 두어 달 앞두고 임대인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이번에 보증금 좀 올려야 할 것 같아요." 이때 많은 분들이 곧바로 계산기를 꺼내 5%를 곱해봅니다. 그런데 그 계산이 의미가 있으려면 먼저 확인할 게 있어요. **내 상황이 5% 상한이 걸리는 상황인지**부터 갈라야 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말하는 증액 상한은 모든 재계약에 자동으로 따라붙는 규칙이 아니에요. 이 상한이 확실하게 작동하는 경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서 갱신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계약이 이어지는 도중에 임대인이 증액을 청구하는 경우**입니다. 반면 갱신요구권을 이미 다 써버린 뒤 임대인과 합의해서 새로 계약서를 쓰는 상황은 이 경로를 그대로 타지 않아요.

인상 요구를 받으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① 갱신요구권을 아직 쓰지 않았는가 ② 최근 1년 안에 이미 올린 적이 있는가 ③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사유를 갖고 있는가. 이 세 가지를 확인한 뒤에 금액 이야기를 시작하세요.

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 증액 상한이 걸려요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계약갱신요구권으로 갱신되는 임대차를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봅니다. 다만 차임과 보증금만은 증감청구권 규정이 정한 범위 안에서 올리거나 내릴 수 있게 열어두었어요.

그 범위가 바로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의 20분의 1**, 즉 5%입니다. 기존 보증금이 2억원이라면 갱신 시 올릴 수 있는 최대 금액은 1,000만원이 되는 구조예요.

여기서 두 가지를 짚어두어야 합니다.

**첫째, 5%는 천장이지 임대인에게 보장된 인상폭이 아닙니다.** 증액청구 자체가 조세나 공과금의 증감,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기존 금액이 적절하지 않게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청구예요. 주변 시세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내렸다면 임차인 쪽에서 낮은 인상폭이나 동결을 제안할 근거가 생깁니다.

**둘째, 지역에 따라 상한이 더 낮을 수 있습니다.** 법은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가 관할 구역의 임대차 시장 여건을 고려해 증액청구 상한을 조례로 달리 정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다만 조례는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만** 정할 수 있습니다. 5%보다 낮게 정하는 것은 가능해도 더 높게 올릴 수는 없다는 뜻이에요.

1년 안에는 다시 올려달라고 할 수 없어요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조항입니다. 증액청구는 **임대차계약 또는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의 증액이 있은 후 1년 이내에는 하지 못합니다.**

이게 왜 실질적인 무기가 되는지 예를 들어볼게요. 작년에 계약 조건을 조정하면서 이미 보증금을 한 차례 올려준 적이 있다면, 그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 올려달라는 요구가 들어왔을 때 임차인은 시기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금액이 5% 안쪽이냐를 따지기 전에, **청구할 수 있는 시점이냐**가 먼저 걸리는 거예요.

중간에 조건을 조정한 이력이 있다면 그 날짜를 계약서나 문자, 이체 내역에서 확인해두세요. 나중에 협의 자리에서 근거로 쓸 수 있습니다.

합의로 새 계약을 쓰면 상한 논의가 달라져요

임대인이 이렇게 제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갱신 말고 그냥 새로 계약서 씁시다."

이 제안이 나오는 이유는 분명해요.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갱신에는 증액 상한이 따라붙지만, 당사자가 서로 합의해서 새로운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는 그 경로를 타지 않기 때문입니다. 임대차는 기본적으로 계약이고, 양쪽이 합의한 금액으로 새 계약을 맺는 것 자체를 법이 막고 있지는 않아요.

그래서 이 제안을 받았다면 **갱신요구권을 쓸지 말지를 먼저 결정**해야 합니다. 갱신요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면 그 경로로 갱신되고 증액 상한이 걸립니다. 반대로 새 계약서에 그냥 서명하면 상한을 근거로 삼기 어려워질 수 있어요. 갱신요구권 행사는 말로만 해두면 다툼이 생기니 문자나 내용증명처럼 **날짜와 내용이 남는 방식**으로 통지해두세요.

갱신요구권은 한 번만 쓸 수 있어요

계약갱신요구권은 **1회에 한하여** 행사할 수 있고, 이때 갱신되는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봅니다.

그래서 이미 한 번 갱신요구권을 써서 2년을 연장한 상태라면, 그다음 만기에는 이 카드가 남아 있지 않아요. 이 시점의 재계약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새로 조건을 맞추는 협의가 되고, 앞서 설명한 증액 상한을 그대로 들이대기는 어려워집니다.

정부가 거주 보장 기간을 늘리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진행 중인 논의예요. 지금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것은 현행 기준의 1회 행사와 2년 존속기간입니다.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는 정해져 있어요

"올려주기 싫으면 나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임대인이 정말 거절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합니다. 법은 임대인이 임차인의 갱신 요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고 정하면서,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따로 열거해두었어요.

열거된 사유를 자연어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중요한 건 이 목록이 **열거된 사유**라는 점이에요. "보증금을 안 올려줘서"는 여기에 없습니다. 인상 거부 자체가 갱신 거절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뜻이죠. 참고로 임대인이 실거주를 내세워 갱신을 거절해놓고 갱신되었을 기간이 끝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그 집을 임대한 경우에는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올려주기로 했다면 등기부를 다시 확인할 시점이에요

협의가 끝나 인상에 합의했다면, 금액 이야기가 끝난 게 아니라 **확인 절차가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처음 들어올 때 등기부가 깨끗했다고 해서 지금도 그런 건 아니에요. 사는 동안 임대인이 새로 근저당을 설정했을 수도 있고, 압류나 가압류가 붙었을 수도 있습니다. 올려주는 돈은 지금 시점의 권리관계 뒤에 놓이게 되므로, 2년 전 상황이 아니라 오늘 상황을 봐야 해요.

확인 순서는 이렇게 잡으면 됩니다.

1. **최신 등기사항증명서를 다시 발급**해서 계약 이후 새로 설정된 근저당·압류·가압류가 있는지 봅니다. 말소사항이 포함된 것으로 떼면 과거에 임차권등기가 반복된 이력이 있었는지도 함께 볼 수 있어요.

2. **임대인의 세금 상태를 확인**합니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임대인은 해당 주택의 확정일자 부여일과 차임·보증금 정보, 그리고 국세와 지방세 납세증명서를 임차인에게 제시하도록 되어 있어요. 재계약도 계약 체결이므로 이 요구는 무리한 부탁이 아닙니다.

3. **증액분의 순위를 챙깁니다.** 올려준 금액에 대해 새로 확정일자를 받으면 **그 증액분은 새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순위**가 잡히고, **기존 보증금 부분은 처음 받아둔 확정일자 순위를 그대로 유지**해요. 그래서 최초 계약서 원본은 버리지 말고 보관해야 합니다.

이 순서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게 첫 번째예요. 등기부를 떼도 갑구와 을구에 접수 순서대로 뒤섞여 나열되기 때문에, 지금 살아있는 권리가 뭐고 순위가 몇 번인지 한 줄씩 대조해야 하거든요.

집토스리포트는 등기부 갑구·을구 권리를 종류별로 나눠 순위·권리자·금액·설정일과 말소 여부를 정리하고, 타임라인에서 내 계약이 전체 권리관계 중 몇 번째에 놓이는지를 보여줍니다. 계약 이후 새로 설정된 근저당이 있는지, 추정 시세 대비 선순위 부채가 어느 정도인지도 함께 확인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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