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변심으로 전세 계약 파기 시 '배액배상' 청구하는 법
임대인의 일방적 변심으로 임대차 계약이 파기됐을 때,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액은 '실제 입금한 돈'이 아니라 '약정한 계약금'이라는 대법원 판단을 축으로, 내가 넣은 돈의 성격·계약금계약의 성립 여부·이행착수로 문이 닫혔는지를 단계별로 판정하는 가이드
⚖️ 집주인 변심으로 전세 계약 파기 시 '배액배상' 청구하는 법
계약금 2,000만 원을 걸기로 하고, 그날은 통장 사정상 200만 원만 먼저 보냈습니다. 나머지 1,800만 원은 다음 날 보내기로 했고요. 그런데 그날 밤 집주인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생각해 보니 못 하겠다. 받은 200만 원의 두 배인 400만 원 보내줄 테니 없던 일로 하자."
여기서 대부분 막힙니다. 400만 원이 맞는 건지, 4,000만 원을 요구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애초에 집주인이 이렇게 깰 수 있는 건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계좌번호를 알려주는 순간 끝나버릴 것 같은데, 근거 없이 버티자니 내가 손해를 볼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그 판단을 3단계로 나눠서 끝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 사례에서 집주인이 400만 원을 보내는 것으로는 계약이 깨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들어가면, **지금 상태에서는 4,000만 원을 보내도 깨지지 않습니다.**

1단계 판정 — 내가 넣은 돈은 어떤 성격인가
가장 먼저 갈라야 할 것은 '얼마를 넣었나'가 아니라 **'얼마를 넣기로 약속하고, 그중 얼마를 넣었나'**입니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뒤의 계산이 전부 틀어집니다.
| 상황 | 약정한 계약금 | 실제 입금액 | 판정 |
|---|---|---|---|
| A | 2,000만 원 | 2,000만 원 전액 | 계약금계약 성립. 해약금 해제 가능 |
| B | 2,000만 원 | 200만 원(나머지 익일) | 계약금계약 미성립 상태 |
| C | 금액 약속만 하고 미입금 | 0원 | 계약금계약 미성립 |
| D | 정한 바 없이 "잡아두는 돈" | 100만 원 | 해약금 약정 여부부터 다툼 |
법은 계약금이 오간 경우,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넣은 쪽은 그 돈을 포기하고, 받은 쪽은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 조항의 주어는 원래 '매매'지만, 매매 이외의 유상계약에 준용된다는 별도 조항을 통해 임대차에도 적용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다른 약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입니다. 이 규정은 당사자가 달리 정하면 그쪽이 우선하는 임의규정입니다. 계약서나 문자에 취소 시 처리를 따로 적어뒀다면 그 내용이 먼저 적용됩니다.
한 가지 더. 임대차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성립하는 계약이 아니라, 목적물과 차임을 약정하는 것만으로 효력이 생기는 계약입니다. 계약서를 아직 안 썼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핵심 뒤집기 — 해약금의 기준은 '받은 돈'이 아니라 '약정한 계약금'
가장 많이 틀리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계약금 1억 1,000만 원 중 1,000만 원만 입금된 상태에서 파는 쪽이 "내가 받은 건 1,000만 원이니 그 배액만 돌려주면 된다"며 2,000만 원을 공탁하고 해제를 통고한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갔습니다. 이 사건은 아파트 매매였지만, 앞서 본 준용 조항을 통해 임대차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됩니다.
대법원의 **주된 판단**은 이랬습니다. 매수인이 나머지 계약금을 보내려 했는데 **매도인이 계좌를 폐쇄해 송금이 실패**했으므로, 그 미지급에 매수인의 귀책사유가 없고 따라서 계약금 전부가 지급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것. 결국 약정한 계약금 전액을 기준으로 배액을 상환해야 해제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설령 일부만 지급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기준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유는 두 가지로 제시되었습니다. 첫째, 실제 받은 돈의 배액만 돌려주면 된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한다**는 것. 둘째, 받은 돈이 소액일 경우 **사실상 계약을 자유로이 해제할 수 있게 되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는 것.
이 판단을 앞의 사례에 대입하면 이렇게 정리됩니다.
| 집주인 주장 | 대법원 기준 |
|---|---|
| 받은 돈 200만 원 × 2 = 400만 원 | 기준은 약정 계약금 2,000만 원 |
| 400만 원 보내면 계약 종료 | **200만 원의 배액 상환으로는 계약이 해제되지 않음** |
집주인이 제안한 금액으로는 근처에도 가지 못합니다. 그 돈을 받았다고 해서 계약이 깨진 것이 아닙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계좌 폐쇄입니다. 집주인이 계좌를 닫거나 수령을 거부해도, 그 사정 때문에 임차인이 불리해지지 않습니다. 보내려 한 기록(이체 시도 내역, 반송 문자, 통화)을 남겨두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역방향 함정 — 계약금을 덜 냈으면, 집주인도 해약금으로는 못 깬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결론이 한 번 더 뒤집힙니다.
대법원은 계약금계약을 **금전의 교부를 요건으로 하는 계약**으로 봅니다. 즉 "계약금 얼마를 주기로 한다"는 약속만 한 단계에서는 아직 해제할 수 있는 권리 자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계약금의 일부만 먼저 주고 잔액을 나중에 주기로 한 경우, **잔금이 들어오지 않은 이상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않았고, 그렇다면 당사자가 임의로 주계약을 해제할 수도 없습니다.**
실제로 계약금이 입금되기 전에 파는 쪽이 일방적으로 한 해제 의사표시에 대해, 대법원은 **부적법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즉 B 상황에서 집주인에게 열려 있는 선택지는 이렇습니다.
| 집주인이 하려는 것 | 가능 여부 |
|---|---|
| 받은 200만 원의 배액 상환으로 해제 | ✕ 기준 금액이 틀림 |
| 계약금계약 미성립을 이유로 자유롭게 해제 | ✕ 미성립이면 오히려 해제권이 없음 |
| 약정 계약금 2,000만 원의 배액 상환으로 해제 | △ 계약금 잔액이 모두 지급되어 계약금계약이 성립한 뒤에야 열리는 경로 |
| 나머지 1,800만 원을 안 받겠다며 계약 무효 주장 | ✕ 수령 거절은 본인 책임 |
세 번째 줄을 오해하면 안 됩니다. **B 상황의 집주인은 200만 원의 배액으로도, 2,000만 원의 배액으로도 지금 당장은 계약을 깰 수 없습니다.** 해약금에 의한 해제는 계약금이 다 들어와 계약금계약이 성립한 뒤에 비로소 문제 되는 이야기입니다. 돈을 덜 받은 상태는 집주인에게 유리한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해제 카드 자체가 손에 없는 상태입니다.
2단계 판정 — 배액배상의 문이 아직 열려 있는가
여기까지가 '얼마'의 문제였다면, 다음은 '아직 되는가'의 문제입니다. 조문은 배액 상환에 의한 해제를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제한합니다. 이 문이 닫히면 집주인은 돈을 준비해도 계약을 깰 수 없습니다.
대법원이 밝힌 취지는 이렇습니다. 이미 이행에 착수한 당사자는 그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했을 것이고 계약이 이행되리라 기대하고 있는데, 이 단계에서 계약이 해제되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행의 착수'의 정의도 판례로 확정되어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로 **채무의 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이행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단순히 이행의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나, 반드시 계약 내용에 들어맞는 이행 제공의 정도에까지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준비'와 '착수' 사이 어딘가에 선이 있다는 뜻입니다. 확인된 판례들이 실제로 어느 쪽으로 갈랐는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실제 있었던 행위 (모두 매매 사안) | 법원 판단 |
|---|---|
| 이행기 전에 중도금 전액을 자기앞수표로 마련해 제공(상대방이 수령 거절) | 이행에 착수했다고 인정 → 상대방 해제 불가 |
| 대금 지급을 위해 상대방 동의하에 어음을 교부 | 이행에 착수했다고 인정 |
| 계약을 위한 행정상 허가를 받아둔 것 | 착수 아님 → 상대방 해제 여전히 가능 |
표를 보고 바로 덧붙여야 할 단서가 있습니다. 위 사안들은 모두 **대금 상당액이 실제로 제공된** 경우입니다. 명목상 소액을 '중도금'이라 적어 보내기만 하면 무조건 착수가 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착수 여부는 금액과 정황을 함께 보는 개별 판단입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판시가 있습니다. 이행기 약정이 있더라도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않기로 하는 특약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도 이행에 착수할 수 있습니다.** 중도금 날짜가 아직 안 왔다는 이유만으로 미리 보내는 것이 막히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특약으로 막혀 있으면 달라지므로, 계약서에 그런 문구가 있는지 먼저 봐야 합니다.
또 하나 — 집값이 올랐다는 사정 자체는 계약을 흔들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법원은 **시가 상승만으로 계약의 기초적 사실관계가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세가 올라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은 법적 근거가 아니라 협상용 문구입니다.
이 대목이 실무에서 갖는 의미는 분명합니다. 이 집에 꼭 들어가야 한다면, 다투는 것보다 **먼저 이행에 착수해 문을 닫는 것**이 빠릅니다.
3단계 판정 — 해약금 해제인가, 채무불이행 해제인가
배액배상만 길이 아닙니다. 이 둘은 성격이 다르고, **어느 쪽이냐에 따라 요건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갈립니다.**
| 구분 | 해약금에 의한 해제 | 채무불이행에 의한 해제 |
|---|---|---|
| 누가 발동 | 깨려는 쪽 — 집주인이면 배액 상환, 임차인이면 계약금 포기(조문상 양방향) | 당한 쪽이 해제 |
| 언제까지 | 이행착수 전까지만 | 착수 이후에도 가능 |
| 돈의 구조 | 집주인이 깨면 약정 계약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받는 구조 | 계약서상 위약금(손해배상 예정) |
| 별도 손해배상 | 청구 불가 | 예정액 범위에서 청구 |
첫 줄을 놓치면 안 됩니다. 해약금 조항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라고 양방향으로 쓰여 있습니다. 집주인만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 임차인이 계약금을 포기하고 빠져나오는 경로도 같은 조문 안에 들어 있습니다.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 선택지가 답인 상황이 실제로 있습니다.
마지막 줄도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민법은 해약금 규정을 두면서, **해제와 손해배상 청구가 별개라는 원칙 조항의 적용을 명시적으로 배제**했습니다. 집주인이 적법하게 배액을 상환하고 나갔다면, 이사 일정이 꼬여 생긴 손해를 그와 별도로 물리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집주인이 배액을 준비하지도 않은 채 "못 하겠다"고 통보만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법은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실제로 계좌를 폐쇄하고 해제 통고서를 보낸 행위를 두고 법원이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것으로 본 사례가 있습니다. 이 경로에서는 계약서에 적힌 위약금 조항이 살아납니다. 위약금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예정액이 그대로 다 나오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하면 적당히 감액**할 수 있고, 실제로 위 사건에서도 예정액이 70% 수준으로 감액되었습니다. "계약서에 적힌 금액 전부"를 전제로 계산하면 어긋납니다.
한 가지 더. 계약금이 실제로 오가지 않아 계약금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더라도, **그것만으로 손해배상액 예정까지 함께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두 약정은 법적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돈을 덜 냈다는 이유로 위약금 조항을 통째로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계약금은 자동으로 해약금이 되지 않는다
"가계약금 100만 원"만 오간 단계는 앞 표의 D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두 방향으로 갈립니다. 하나는 "가계약이니 언제든 돌려받는다", 다른 하나는 "돈을 넣었으니 무조건 배액을 받는다"입니다. 둘 다 근거가 약합니다.
임대차 가계약금이 문제 된 대법원 판단이 있습니다. 요지는 **가계약금에 관하여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려면, 정식 계약 체결 전까지 넣은 쪽은 포기하고 받은 쪽은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약정했음이 명백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약정의 내용, 계약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달성하려던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 관행을 함께 본다고 했습니다.
즉 돈이 오갔다는 사실만으로 배액배상 구조가 자동으로 켜지지 않습니다. **입금 전 주고받은 문자에 "취소 시 어떻게 한다"가 적혀 있었는지**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해약금 규정 자체가 "다른 약정이 없는 한" 적용되는 임의규정이라, 문자로 정해둔 것이 있으면 그쪽이 먼저입니다.
그래서 가계약 단계에서 실제로 확인해야 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어느 집·보증금·입주일이 특정되었는가. 취소 시 처리에 관한 합의가 남아 있는가. 이미 어느 한쪽이 이행에 착수했는가.
실제로 청구할 때 — 무엇을, 어떤 순서로
숫자가 정해졌다면 그다음은 증거입니다. 순서가 있습니다.
**첫째, 금액의 근거를 고정합니다.** 계약서가 있으면 계약금 총액과 위약금 조항을, 계약서 전이면 금액이 특정된 문자·메신저 원본을 확보합니다. 여기서 '약정 계약금'이 얼마인지가 확정되지 않으면 계산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둘째, 내 이행 시도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나머지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보내려 한 이체 시도 내역, 반송 기록, 통화·문자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집주인이 수령을 거부한 정황일수록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셋째, 상대방의 파기 의사를 문서로 고정합니다.** 통화만으로는 나중에 부인됩니다. "말씀하신 대로 계약을 파기하시겠다는 것이 맞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라고 문자로 되물어 답을 받아두는 편이 다루기 쉽습니다.
**넷째, 등기부등본을 뗍니다.** 등기사항증명서는 누구나 열람·발급할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그대로인지, 파기 통보 전후로 소유권이나 근저당에 변동이 있는지, 압류·가압류가 갑구에 들어와 있지는 않은지를 봅니다. 집주인이 계약을 깨려는 이유가 '더 비싼 세입자'가 아니라 '본인 자금 사정'인 경우, 그 흔적이 등기에 먼저 나타납니다. 이때는 배상액을 계산하는 것보다 **받아낼 자력이 남아 있는지**가 진짜 쟁점이 됩니다.
여기서 벽이 하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자가 확정일자 부여현황 정보를 요청하려면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정합니다. 계약을 깨겠다고 나온 집주인이 그 서류에 협조할 리는 없습니다. 계약 전 단계에서 혼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등기부까지라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혼자서 어디까지 되고, 어디서 안 닫히는가
여기까지는 혼자 할 수 있습니다. 약정 계약금이 얼마인지 확정하고, 기준이 실제 입금액이 아님을 근거로 들이밀고, 계약금계약이 아직 성립하지 않았다면 집주인에게 해제권 자체가 없다는 점을 짚고, 이행에 착수해 문을 닫고, 등기부를 떼서 소유자와 권리 변동을 확인하는 것.
닫히지 않는 지점은 그 뒤입니다. **집주인이 약정 계약금에 해당하는 돈을 실제로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인지**는 등기부 한 장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이 집 말고 다른 담보가 어디까지 걸려 있는지, 근저당 채권최고액을 걷어내고 남는 값이 얼마인지, 경매로 갔을 때 배당 순위에서 내 자리가 어디인지 — 이걸 모르면 판결문을 받아도 종이로 남습니다.
더 무서운 경우는 배액배상 다툼이 아니라 **깨지 못하게 막아낸 계약이 원래부터 들어가면 안 되는 집이었던 경우**입니다. 이행에 착수해 문을 닫는 순간, 나는 그 집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사람이 됩니다. 선순위 채권이 시세를 넘겨 있는 집이었다면, 계약을 지켜낸 것이 아니라 빠져나올 길을 스스로 막은 것이 됩니다.
이 경우 조문이 임차인에게 열어둔 다른 쪽 문 — 계약금을 포기하고 나오는 길 — 이 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판단은 **금액 계산이 아니라 권리관계 계산**에서 나옵니다. 순서를 거꾸로 잡으면, 배액배상을 받아내는 데 성공하고도 정작 보증금이 묶이는 집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게 됩니다. 이겨서 들어간 집에서 보증금을 잃으면, 그 계약을 지켜낸 몇 달치 노력은 회수 경로